야밤 탁 트인 투견장서 도박꾼들 필사 탈출연행 59명 경찰서, 개 22마리는 사육장으로

경찰 급습한 투견장    (영암=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해남경찰서는 지난 10일 영암군 삼호읍에서 투견 도박판을 급습해 현장에 있던 59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11일 오전 투견장 모습.     sangwon700@yna.co.kr
경찰 급습한 투견장 (영암=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해남경찰서는 지난 10일 영암군 삼호읍에서 투견 도박판을 급습해 현장에 있던 59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11일 오전 투견장 모습. sangwon700@yna.co.kr

(해남=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해남!" "고구마!"

투견 도박장에 있던 59명을 붙잡은 경찰의 급습은 암구호까지 동원된 말 그대로 작전이었다.

경찰은 지난 10일 오후 7시께 전남 해남 산이면에서 투견장이 열릴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해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물론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해 주변을 두세 겹으로 에워싸기로 한 경찰의 구상에는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장소와 시각이 변경된 것. 150명가량의 경찰관은 두 시간 뒤 영암군 삼호읍 개 사육장으로 급히 옮겨갔다.

속칭 문방(망보는 사람)을 의식해 경찰은 일반 승용차, 승합차를 이용했다. 천막으로 싸인 화물차 적재함에 실려 이동한 경찰관들도 있었다.

경찰이 밀어닥칠 때는 이미 한 차례 투견이 벌어져 개 두 마리가 기진맥진한 상황이었다. 곧바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투견장은 야산 아래 탁 트인 개활지(開豁地)여서 도박꾼들은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주범 등 20~30명은 놓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가로등조차 없는 주변 환경에 경찰은 암구호를 정해 '피아'를 식별해야 했다.

뒤엉킨 무리에서 "해남"이라고 말했을 때 "고구마"라고 답한 사람만 경찰관으로 구분하기로 한 것이다.

경찰은 육탄전 끝에 59명을 연행했다. 축사 주인인 60대는 농수로에 숨었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오는 과정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단일 투견 도박 사건 검거자 수로는 역대 가장 많을 것 같다고 경찰은 추정했다.

지난해 12월 경남 함양에서는 투견 도박을 한 혐의로 56명이 검거된 바 있다.

'검거 작전' 뒤 혼잡은 해남경찰서로 옮겨갔다. 경찰은 연행된 이들을 주범, 단순 가담자, 구경꾼 등으로 분류해 주범급들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개 22마리도 우리째 차량 세 대에 나눠 실어 해남의 한 개 사육장으로 옮겨뒀다.

경찰은 동물보호협회, 검찰 등과 개들의 처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영섭 해남경찰서 수사과장은 "투견용 개가 사나울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사람은 물지 않아 투견 중에도 사람이 심판을 보기도 한다"며 "도박은 물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취지를 고려, 검찰 지휘를 받아 개들도 안전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