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유승민 예방 요청 거부 ‘단호박’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홍준표 대표가 단호박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대표의 예방을 거절하면서 정치권에선 ‘무례’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홍준표 대표의 입장은 단호하다. ‘중도·보수대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야권 새판 짜기에 나선 유승만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11.13 전당대회서 당대표에 선출되고 국회 각 정당 수뇌부 예방을 하려 했지만 홍준표 대표에게 수차례 문을 두들겼으나 홍준표 대표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반면, 유승민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를 보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승민 대표의 화해 제스처에 사실상 퇴짜를 놓으며 중도·보수통합 논의가 출발부터 국민의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승민 대표의 예방을 안철수 대표는 반갑게 맞았다. 홍준표 대표와는 완전히 딴판이 벌어진 거다.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당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첫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당내 목소리들을 진지하게 들으며 필기를 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당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첫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당내 목소리들을 진지하게 들으며 필기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대표는 14일 오전 첫 지도부회의를 개최하고 이틀 동안의 일정으로 국회 예방을 소화하고 있다. 유승민 대표가 당권을 쥐고 첫 인사에 나서는 자리였지만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유승민 대표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극명한 태도 차이를 보였다.

당초 유승민 대표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당원대표자회의)가 끝난 직후 홍준표 대표를 예방할 계획이었지만 자유한국당으로부터 거절 의사를 전달 받았다. 이후 재차 예방을 요청했지만 ‘만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홍준표 대표가 유승민 대표를 보기 싫다는 거다.

보수 통합이나 연대에 있어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던 유승민 대표는 홍준표 대표의 ‘무시 전략’에 결국 강공책으로 나섰다. 유승민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와 어떤 자리에서든 만나 앞으로 국회에서 두 당간의 협력·연대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생각이 있지만 수차례 연락에도 사실한 한국당에서 (예방을) 거부하고 있다”며 “예방조차 거부하는 홍준표 대표의 졸렬한 작태를 보고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 자체를 원치 않는 홍준표 대표는 더욱 수위 높은 발언들로 유승민 대표와 바른정당을 두들기며 깎아 내렸다. 홍준표 대표의 한 측근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 홍준표 대표님이 유승민 대표 예방과 관련 ‘배신자 집단이기 때문에 정당으로 안 본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준표 대표는 유승민 대표와 바른정당을 배신자로 폄하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 달 안에 중도·보수대통합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 논의에 더욱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평의원 시절 당의 진로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던 유승민 대표도 이젠 당대표로서 국민의당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유승민 대표는 같은날 오후 안철수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 국가적으로 제일 중요한 안보·경제·민생·한국정치의 개혁 등에 관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생각이 일치한다”면서 “앞으로 바른정당과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 이런 공감을 했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대표는 이에 더 나아가 “앞으로 양당 사이에 정말 진지한 협의 또는 가능성을 이야기 해보기 위해 오늘 이렇게 방문을 했다”면서 “오늘 짧은 시간 안에 어느 정도의 합의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양당 간의 협력,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역할을 어떻게 같이할 수 있을까에 대해 대화해보고 싶다”고 국민의당의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와 담을 쌓았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는 행여 존재할지도 모를 닫힌 문을 활짝 열어놓은 셈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에 대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유승민 대표는 경제학자로, 저는 벤처 기업가로 정치를 시작했다. 오늘 자리가 함께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하고 그런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유승민 안철수 두 정당 대표가 서로 가는말 오는말이 곱다. 홍준표 대표는 그야말로 ‘왕따’가 된 거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 국회는 2018년 정부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달 중순까지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향후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여의도 정가에선 홍준표 대표가 자유한국당내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일전에 복당한 김무성 의원 등 9명 이외에는 더 이상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은 행여 자유한국당내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또다른 세력이 친박세력처럼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그들(바른정당)과 같이 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문을 닫고 그들의 실체를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하도록 하겠다”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선을 그었다. 역시 우려가 현실이 된 경우다.

유승민 대표 역시 안철수 대표와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정말 희망이 없고, 그들을 보수의 미래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일관되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표 입장으로선 홍준표 대표도 자유한국당도 더 이상 보수 부활의 기대를 걸 수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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