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토킹 한미정상회담 2시간 “자신감인가?”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 운전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나 잘했나?”라고 묻는 질문으로 대변된다. 23일 다수의 언론매체와 청와대 전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예정에 없던 내외신 기자들의 즉석 질문 참여가 줄을 이었지만 한미 두 정상은 시종일관 여유와 자신있는 모습으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답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라면 두 정상의 공동 언론발표는 없었지만, 길게 이어진 질의응답으로 인해 사실상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 연출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한미 두 정상이 북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눈 후 자신감이 묻어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한미간 두 정상의 단독회담에서는 회담 자체보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더 길었다. 질의응답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모두발언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돼 약 30분간 진행됐고, 단독회담은 그 후 21분간만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화기애애한 두 정상, 지난 22일 북핵폐기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과 즉석 프리토킹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화기애애한 두 정상, 지난 22일 북핵폐기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과 즉석 프리토킹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은 통상 한국에서 진행되는 타 국가들과의 정상회담과는 다르게, 두 정상의 모두발언 통역이 끝나자마자 외신 기자들이 앞을 다투어 ‘Mr. President!’를 외치며 질문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답을 하기 시작하자 한국 기자들은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다.

외신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한 적이 있냐”, “김정은 위원장을 믿느냐”, “비핵화가 일괄 타결되기를 원하느냐, 단계적 점진적 방향을 원하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위원장은 단언코 매우 진지하다”, “북한 사람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사람들이며 북미 양 정상이 합의에 도달하면 김 위원장이 아주 행복할 것”이라는 등 자신감에 차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 한국 기자는 “북한의 CVID가 이뤄진다면 미국은 정말로 북한의 체제보장에 나설 것이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대답해서 북한 체제 보장에 대한 기조가 변함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의 서로 치켜세우기 퍼레이드도 펼쳐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백미였다. 한 한국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간 중재역할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굉장히 신뢰한다”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굉장히 역량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대론’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한참을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무리에 “과연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지냐, 안 이뤄질 것이냐는 두고 봐야 되겠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이어서 아주 운이 좋다”는 말을 더 덧붙였고 기자회견 현장에는 웃음이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돌아보며 “내가 잘 (답변)했나. 이 이상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유머감각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임임을 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중국 속담에 “공적은 상황에게, 실속은 신하에게”라는 말이 있다. 즉, 공과는 모두 남에게 주고, 실속은 당사자가 취하라는 조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이끄는 분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극적인 대화,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이끌어내셨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께서 북미정상회담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간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신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적을 높이 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간 대화에 서로 다른 기류도 읽혔다. 회담장은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중국 관련 대화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보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다음에 태도가 조금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을 “세계 최고의 도박사, 포커플레이어”에 비유하기도 했고, 일찍이 시진핑 중국을 향해 “북한과의 왕래를 주의하라”는 취지의 경고성 주문을 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을 한창 이어간 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면서 “그런데 아마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조심하셔야 될 부분이 있겠다. 왜냐하면 북한과 바로 옆에 사니까”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는 “곤경에 빠뜨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을 하라’며 발언 기회를 건네자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에 있는 것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에 실패해 왔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소 다른 속내를 밝혔다.

이날 두 정상의 기자회견은 약 30분간 진행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으로 끝이 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자 “통역이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기자들을 다시 한 번 박장대소하게 했고, 이렇게 한미 두 정상의 기자회견은 끝났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은 다수의 매체가 동영상과 속보를 통해 전세계에 전파됐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낮 12시 7분쯤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한·미 단독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2시 3분께 백악관에 도착했으며, 현관 앞에 미리 나와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전날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이날 통역을 제외한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시작으로 핵심 참모들이 참석하는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