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옥중서신은 4.15총선 개입 의도 “비난에 고발까지”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박근혜 옥중 서신이 공개됐다. 여의도 정가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국정농단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박근혜 피고인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 거의 협조하지 않고 서울구치소에서 두문불출하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법과 행정을 비웃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일부 보수 세력 중에서는 “혹독한 살인적인 마녀사냥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표현이나 “옥중투쟁”이라는 주장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피고인은 이날 친서에서 대구·경북과 태극기 세력을 따로 언급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되어 준 지역에서 정치적인 부활을 노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박근혜 피고의 이번 친서는 ‘코로나19’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민심을 분열시킨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왜 하필이면 지금 시점이냐는 거다.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피고인의 친필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피고인의 친필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박근혜 피고의 친서가 공개된 4일 국회 여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드러냈다. 진보진영의 정의당과 민중당 등은 박근혜 친서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민중당은 6일 오후 박근혜 피고가 수감돼 있는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 앞에서 박근혜 피고의 이런 행위를 맹렬히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토를 쏟아낼 예정이다.

먼저, 박근혜 피고는 첫 친필 편지 첫 부분에 대구·경북, 즉 TK 지역을 ‘콕’ 찍어 언급했다. 유일하게 박근혜 피고인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는 대독을 통해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한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의 현재 상황을 걱정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 위기 한복판에 빠진 지역 민심을 파고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피고인이 또 강조한 것은 이른바 ‘태극기 세력’인데, 친필 편지에는 “나라 장래가 염려돼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면서 현 문재인 정부와 정치적 대립각을 분명하게 세웠다.

이런 대목은 국회 여야의 셈법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당장 통합미래당 황교안 대표는 “반가운 선물”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한껏 치켜세웠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정당들은 일제히 ‘최악의 옥중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정의당은 이튿날 박근혜 피고인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 무자격자의 노골적인 정치개입이라는 거다.

황교안 대표는 이에 대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위해 보수가 똘똘 뭉치라는 메시지였다”면서 “총선을 앞둔 지금 꼭 필요한 천금 같은 말”이라고 평가한 반면,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지분 요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황교안 대표는 이에 대해선 “지금 우리 자유 우파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에는 지분 요구는 하지 않기로 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런 전제하에서 통합의 큰 물꼬를 터오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충분한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집권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분명한 선거개입이자 최악의 옥중 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농단으로 국민에게 탄핵당한 대통령이 반성은커녕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거다. 박근혜 피고인의 메시지를 추켜세운 미래통합당을 향해서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선언을 했다”며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서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변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고 결국은 과거 회귀를 선택했다. 우리 국민은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준엄하게 심판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의당은 아예 이날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박근혜 피고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골적인 선거개입일뿐더러 탄핵 세력의 부활을 선동한 국기 문란 행위라는 주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에 대해 “탄핵세력의 부활을 공공연하게 선동한 또 하나의 국기 문란 행위이자 촛불 시민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고 날선 지적을 가했다. 이렇듯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박근혜 피고인이 내놓은 옥중 편지는 여의도 정가를 흔들어 놓았다.

이런 와중에 당 내외에서 쏟아지는 이런저런 잡음 속에서도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미래통합당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총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여의도 정가에서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유영하 변호사 낭독한 친필 서신 내용 중에서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 세력으로 인하여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는 대목에선 박근혜 피고인이 “자신의 지지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정치적 재기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합심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에 민심을 분열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박근혜 피고의 친필서한에 대해 북한도 비판 대오에 가세했다. 북한은 박근혜 서신에 대해 “마녀의 옥중주술과 그 위험성”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는데,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5일 ‘마녀의 옥중주술과 그 위험성’는 제목의 글에서 미래통합당과 우리공화당, 자유통일당 등 야권 일각의 통합 움직임을 두고 “감옥에 갇혀있는 마녀-박근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며 “독사는 쉽게 죽지 않는다더니 역시 박근혜는 감옥 안에 있을지언정 위험한 마녀”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집권기일도 다 못 채우고 남조선 정치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되여 감옥에 처박히고서도 점쟁이마냥 하늘이 무너져라고, 초불(촛불)세력이 몽땅 망하라고 저주와 악담을 퍼붓고 있을 것이며, 그를 위한 온갖 음모도 꾸미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북한은 나아가 “독사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위험하다고 하였다”면서 “모든 사실들로 미루어보아 오늘은 ‘노력하면 우주가 촛불세력을 벌하고 보수 재집권을 도와준다’는 광신적인 믿음에 꽉 포로 되어 있는 듯하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여의도 정가의 총체적인 평가를 모아보면, 박근혜 피고인이 지난 2017년 3월31일 탄핵 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사저로 거처를 옮긴 후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친필 편지를 공개한 것은 사실상 오는 4월 15일 치러질 총선에 본격적인 개입을 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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